[환율수업⑮] 시간과 조건을 거래하는 외환시장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환율이다. 환율은 국가 경제상황은 물론 정치, 외교적인 상황들을 모두 반영해 움직이는 변수다. 환율은 국가 경제 운용은 물론 개인들의 투자와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서학개미들이 늘어나는 요즘은 더욱 그렇다. 환율은 무엇이고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시리즈로 다룬다. 열다섯 번째는 선물과 옵션 등 파생상품을 다루는 외환시장을 살펴본다.중소기업을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불확실성을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 미래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다. 환율변동으로 인해 자금 흐름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면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는 시간과 조건을 거래한다.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이 거래되고 서로 화폐를 교환하는 조건을 설정하기도 한다. 미래에 거래될 화폐가 현재 화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각종 조건만을 거래하는 행태가 현재와 미래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거래가 이뤄진다.대표적인 것이 선물거래다. 선물거래는 미래의 위험을 줄이려는 데서 비롯됐다. 기업들이 해외에 물건을 팔 때, 계약을 체결하고 물건을 넘긴 후 수출 대금을 받는 날까지 여러 날이 걸린다. 계약할 때 가격을 결정하지만 나중에 돈을 받을 때 환율 변동에 따라 손해를 입을 수도, 이익을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선물환거래를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일정한 환율로 외환을 주고받으며 환율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 한다.*지금 계약을 하고 이 조건에 따라 미래에 대금을 지급하는 '선물환계약'예를 들어 한 중소기업이 10만 원짜리 화장품 1억 원어치를 미국에 수출하고 대금은 3개월 후에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지금 환율이 1달러당 1,000원이면, 1억 원어치의 화장품을 수출하면 10만 달러를 받는다. 이 기업이 '3개월 후 1달러당 1,000원'이라는 선물환 매도 계약을 체결하면 그 후 환율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계약 조건에 따라 3개월 후 10만 달러를 받아 1억 원의 원화로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선물환계약이란 지금 계약을 하고 이 계약에 따라 미래에 대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경우 환율변동에 따라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을 동시에 차단해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인다. 선물환거래의 일종이지만 만기 때 발생한 차액만 결재하는 방식의 거래도 있다. 역외선물환(NDF, Non-Delivery Forward)거래는 계약 당시의 환율과 미래의 특정 날짜인 계약 만기일 환율간의 차액만 결제한다. 예를 들어 A가 B로부터 10만 달러를 달러당 1,000원에 사들이는 선물거래를 NDF시장에서 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계약 만기일에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른다면 현물 시장에서 10만 달러는 1억1,000만 원이다. A는 10만 달러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1억1000만원이 필요하다. 선물거래를 맺었다면 B는 A로부터 1억 원을 받고 10만 달러를 내줘야 한다.하지만 NDF시장에서는 환율변동에 따른 차액 1000만원에 해당하는 돈(9090달러)만 A에게 지급하면 된다. 그럼 A는 이 돈 만큼만 받아 시장에서 10만 달러를 살 수 있다. 이 때 기준이 되는 화폐는 사전에 지정이 된다. 보통 달러로 지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A와 B가 같은 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엔 환율이 900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A는 B로부터 10만 달러를 받기 위해서는 9000만원만 있으면 된다. 반면 B는 1억 원의 원화를 받기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그 차액인 1000만원에 해당하는 달러(1만1000달러)를 A로부터 받는다. 이 경우 A는 1억 원에 10만 달러를 사들이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하고 B는 10만 달러를 주고 1억 원을 받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환율 차액만 결제하는 역외선물환거래는 환투기 세력에게 이용되기도NDF거래는 차액만 결제하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 큰 규모의 거래를 할 수 있어 환투기 세력에게 이용되기도 한다. NDF거래는 해외기업들과 국내 외국환은행 간에 이뤄진다. 원달러 NDF거래는 싱가포르, 홍콩, 동경 등 아시아 지역을 비롯해 런던, 뉴욕, 프랑크푸르트 등에서 이뤄진다. 환율이 결정되고 고시되는 우리나라 외환시장은 2024년 7월부터 오전 9시에 개장해 다음 날 새벽 2시에 마감한다. 이전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개장했다가 외환시장을 선진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개장돼 있는 시간이 대폭 늘었다.하지만 원달러 NDF시장은 특정 거래소가 아닌 장외(Over The Counter, OTC)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24시간 거래된다. 한국시장을 필두로 동경, 홍콩, 싱가포르, 런던을 거쳐 뉴욕시장에서도 NDF달러 거래는 계속된다. 이 과정에서 각국에는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이를 반영한 NDF환율도 계속 움직인다.특히 우리나라 시장이 개장되는 9시 30분에는 뉴욕시장의 NDF환율이 우리나라 현물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환율 변화에 민감한 사람들은 뉴욕시장 NDF환율의 움직임을 계속 체크하는 경우도 많다. 이 외에도 외환시장에는 다양한 파생상품이 있다. 그중 옵션과 스왑은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한다. 우선 옵션거래는 정해진 환율에 달러를 매각 또는 매수할 수 있는 권리만 사는 것이다.*환율 등락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데 집중한 옵션, 스왑거래도 있어예를 들어 3개월 후 1달러당 1,000원에 달러를 팔 수 있는 옵션을 100만 원에 샀다고 가정해보자. 3개월 후 환율이 900원이 되면, 옵션 없이 10만 달러를 보유한 기업은 1,000만 원의 손실을 입는다. 옵션을 매입했다면 이 기업은 3개월 후 10만 달러를 1,000원으로 교환해 1억 원을 챙길 수 있다. 여기에 옵션가격 100만 원을 빼면 이 기업의 수입은 9,900만 원이 된다. 반대로 환율이 1,100원으로 오르면 어떻게 될까. 이때 이 기업은 옵션을 행사하지 않고 1,100원에 10만 달러를 매각해 1억 1,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옵션은 권리를 산 것이기 때문에 자신이 유리한 방향으로만 행사하면 된다.스왑Swap거래는 미래의 특정 시간에 상품이나 금융자산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말한다. 원화와 달러화를 현재의 환율로 미래 시점에 서로 간에 교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면 미래의 환위험을 줄일 수 있다. 외환시장의 여러 움직임을 이해해야 환율의 변화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다만 고도로 발달된 각 시장과 상품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은 일반인들의 영역은 아니다. 외환시장의 규모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많은 자본과 지식으로 무장한 세력들이 외환시장을 주도하고 일부는 이를 이용해 환투기에 나서면서 시장을 교란시키는 경우도 많은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