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4~6월 예상밖 1%성장 발표로 주가 급등 [이지평의 일본경제]
◆미-일 통상협상 불확실성 완화로 주가 사상최고치 경신미일 통상협상의 영향으로 조정 양상을 보였던 일본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지난 8월 12일의 닛케이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4만 2,718엔을 기록했다. 사상최고치를 갱신한 것은 지난해 7월 11일 이후의 일이다.그리고 지난 주말인 15일도 4만 3,378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갱신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일본 주가는 작년 여름에 급락세를 보인바 있으나 올해 여름에는 트럼프 관세에도 불구하고 급등세를 나타낸 것이다.일본의 대미 수출에 대한 상호관세율 및 자동차 관세율은 15%로 합의돼 각종 품목에서 관세율이 인상됐으나 25%도 거론됐던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결과, 일본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미일 통상협상에는 아직 세부 합의 사항에 대한 양국 정부의 입장 차이 등이 있으나 관세 협상이 일단락되고, 기업에 미칠 영향도 어느 정도 파악되고 투자자들도 리스크를 계산하면서 투자할 수 있게 된 측면도 있다.이와 함께 일본기업의 주주 배려 경영에 대한 평가도 높아지고 있다. 닛케이가 약 2,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26년 3월 결산기의 배당금 총액은 전년대비 3% 증가한 19조 9,900억엔으로 나타났다.5년 연속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가계에도 약 3.5조엔의 배당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nikkei, 2025.7.11).예를 들면 도요타자동차는 배당금을 전년비 5엔 늘려 95엔으로 할 방침이며, 미국 관세의 영향 등은 있지만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에게 보답하기 위해 안정적, 계속적으로 배당을 늘리겠다(도요타 부사장)’고 말하고 있다.이와 같이 트럼프 관세로 일본기업 수익이 감소 압력을 받게 되지만 그 수준은 예상보다는 크지 않고 일본기업도 배당금을 늘리겠다는 것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물론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이 저축에서 주식 투자로의 이행이 진행 중이며, 주식 배당 확대–소비 진작의 선순환 구축에는 아직 한계가 있으나 젊은 세대의 경우 주식 소유에 대한 의욕이 기성 세대에 비해 강한 것으로 보인다.일본의 버블 붕괴와 장기불황을 경험한 시니어 세대의 경우 '주식은 장기정체한다'라는 인식이 강하고 주가가 오르면 서둘러서 매각하려는 성향도 있으나, 장기불황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세대의 경우 주가는 장기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일본경제 4~6월기 실질경제성장률 1.0% 기록이러한 최근의 일본 주가 급등에는 일본경제의 견실한 성장세에 대한 인식도 뒷받침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지난 8월 15일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통계의 경우 4~6월기의 실질GDP 성장률(1차 속보치)이 예상(0.37%, 일본경제연구센터 8월 13일 집계 37명의 전문가 평균치)보다 높은 연율 1.0%를 기록하고, 마이너스 0.2%로 1차 발표됐던 1~3월기 성장률도 0.6%의 플러스 성장으로 수정됐다.일본경제는 기존의 판단 및 예상보다 양호하고 5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GDP 통계 보도와 함께 8월 15일에는 일본 주가의 상승세가 더욱 탄력을 받았다. 4~6월기 GDP 호조의 원인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연율)가 전분기의 –3%p에서 플러스 1.3%p로 상승한 요인이 컸으며, 일본 수출은 명목 통계는 부진했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미국의 고관세가 부과됐으나 일본기업들이 일시적으로 수출가격을 올리지 않고 수출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업 설비투자는 성장기여도가 0.9%p의 견실한 실적을 보였다.미국의 고관세로 수익 감소 압력이 나왔으나 전반적으로 기업 수익 수준이 양호해 설비투자 의욕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한편 개인소비지출의 성장기여도는 0.3%p로 1~3월기의 0.5%p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7~9월기 이후 미국의 고관세의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설비투자와 함께 소비의 회복이 과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본경제신문사가 4~6월기 GDP 통계 발표 직후 실시한 민간 이코노미스트 10명의 최신경제전망에 따르면 7~9월기 평균치 실질경제 성장률(전분기 대비 연율)은 –0.6%로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일본경제신문, 2025.8.16).4~6월기 상대적 고성장의 반작용이 미국의 고관세 부담과 함께 7~9월기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10명 중 6명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니세이기초연구소는 “7~9월기에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제일생명경제연구소도 “미일 관세 협상이 타결된 만큼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앞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렇게 될 경우 자동차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이토추종합연구소는 “관세 인상을 반영한 수출 기업들의 계획 재검토로 인해 경기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한편 미즈호리서치 앤드 테크놀로지즈는 “노동 절감 대응이나 탈탄소 관련 등 지속적인 투자 수요에 힘입어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소비 지출에 관해서는 다이와종합연구소가 “임금 인상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등 완만한 회복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PwC컨설팅은 트럼프 관세로 인해 기업 수익이 악화되면서 '전체적인 임금 인상 흐름이 약화될' 위험에 경계심을 나타냈다.실질 소득 및 실질 소비 부진의 원인이기도 한 고물가에 대해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소니 파이낸셜그룹은 특히 식료품 가격에 대해 “판매측의 가격 인상 의지가 강해 당분간 상승할 것이며, 실질 임금의 개선이 지연돼 경기는 좀처럼 빠르게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노무라증권은 과거 동향을 바탕으로 주택 투자가 전기 대비 약 10% 감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실질 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연율 기준으로 약 1.3%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보았다.다만 10~12월기에 대해서는 평균적으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미쓰비시UFJ 리서치 앤드 컨설팅은 “물가 안정에 힘입어 개인소비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들 일본 연구기관의 전망을 참고로 하면 7~9월기에 다소 성장세가 낮아지더라도 트럼프 관세로 세계경제의 충격이 한정적일 경우 일본경기의 확장 국면은 2025년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임금 상승 속 소비 부진 양상 지속일본경제는 대체적으로 보면 다소 미약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역시 과제는 개인소비지출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일본정부는 임금상승을 기초로한 견실한 성장세를 지향하고 춘투 임금인상률도 금년도 5.25%(통합 노조 연합 집계 기준)에 달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감소 경향을 보이고 있어 소비 회복에 어려움이 있다.게다가 2025년도의 경제재정보고(일본 내각부, 경제재정백서 2025)에서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가처분 소득에 대한 소비지출의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은 저하 경향에 있고 명목임금이 상승한 만큼의 소비를 하지 않는 절약 지향도 나타나고 있다.일본정부는 일본은행의 무제한 돈 풀기 등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에 나서면서 물가 올리기에 주력해 왔으나 이를 통해 디플레이션 기대가 약해지면 소비가 진작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지만 이러한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 않는 셈이다.디플레이션 하에서는 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계속 소비를 늦추려는 경향이 문제가 됐으나, 고물가 시대가 되면 소비자가 일찍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되지 않았던 것은 일본 소비자의 생활 불안 심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최근의 물가 상승이 장기안정세를 보였던 부동산 월세 등 각종 서비스 물가 불안으로까지 확산되면서 향후 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일본인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근로현금 소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령층의 비중이 높아진 일본 가계의 경우 각종 생활물가의 급등에 방어적 소비로 대응하려는 경향도 강하다고 할 수 있다.이와 같이 일본경제 상황이 소비 측면에서 취약성도 있으나 일본은행은 신중한 금리인상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자세이며, 미국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완화돼 금년 중 혹은 10월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미국 재무장관이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정책에 관해서 ‘사견이지만 일본은행은 뒤쳐지고 있고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다’라고 발언한 것은 엔저 견제에도 관심이 있는 트럼프 정부의 일종의 대일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