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평의 일본경제] 일본의 임금인상 주도하는 20대의 소비
일본의 임금인상 주도하는 20대의 소비 호조◆ 20대 초반 젊은층이 가전, 여행 등 소비지출 늘려일본의 체감 경기는 작년 12월에 발표된 경제 현장 종사자에 대한 설문조사(경기 Watcher 조사)를 보면 완만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연말 세일 측면에서 소매업의 업적이 견실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판단지수가 2개월 연속 전월대비로 개선해 49.9를 기록, 경기분기점인 50에 아주 가까운 수준을 보였다. 이 조사에서 제시된 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보면, 시코쿠 지방의 어떤 가전 양판점은 ‘상여금 지급 시점을 계기로 판매량이 증가했다’, 북해도의 편의점은 ‘외국인 여행객의 확대로 외국인에게 면세 적용되는 제품의 매출이 사상 최고였다’는 등의 긍정적인 코멘트가 많았다. 물론 미니토마토나 양배추의 고가격이 부담이 돼 일반소비자가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등 고물가에 대한 부정적인 코멘트도 보이지만 조사 결과를 집계한 내각부도 ‘완만한 경기 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이러한 경제 현장 목소리의 개선 추세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호조와 함께 인력 부족, 채용난으로 인해 임금인상이 선행되고 있는 젊은층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회사인 나우캐스트와 카드사인 JCB가 신용카드 결제액을 기초로 산출하는 JCB 소비 분석에 따르면 작년 11월의 20~24세의 소비지출이 전년동월비 24% 증가, 25~29세는 9%의 증가를 기록했다. 20대 초반의 젊은층이 가전, 여행 등의 소비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한다(일본경제신문, 2025.1.11).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등에서는 신입사원 초임이 30만엔을 초과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1990년대, 2000년대의 취업 빙하기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초임이 17만엔 전후였던 것을 고려하면 큰 폭의 상승이라고 할 수 있다. 중간 간부층 등의 임금인상은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이와 같은 젊은층의 임금상승이 소비를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일본기업들은 디플레이션 시대와 달리 제품 가격 인상에 보다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작년 12월 13일에 발표한 12월의 전국기업 단기 경제관측 조사, 소위 단칸조사에서는 대기업,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견실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제조업의 경우 2024년 9월 조사에 비해 1포인트 개선돼 경기분기점인 0보다 높은 14를 기록했고, 대기업 비제조업의 경우 1포인트 악화했으나 33이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임금상승 – 소비개선 – 기업의 판매가격 인상 – 기업경기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 비제조업 중에서는 디플레이션 시대에 극심한 가격 경쟁을 겪어 왔기 때문에 고객이 기피할 것을 우려해 그동안 가격 인상에 신중한 자세도 강했지만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확대 효과에도 힘입어 가격 인상에 적극적인 자세로 변하고 있다. 일본경제를 뒷받침하는 효과가 커지고 있는 외국인 여행객 수는 2024년에 3,686만 9,900명, 소비금액은 8조 1,395억엔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해 2024년 7~9월 기준의 연율 명목국내총생산(GDP)의 1.33%에 달하고 있다. 엔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는 대도시 뿐만 아니라 지방에서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주력하는 등 외국인 유치정책을 강화하면서 2025년에도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선순환은 판매가격을 올리기가 어렵고 임금인상 압력에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취약한 기업에게는 부담이 되는 측면도 있다. 사실 2024년의 일본기업 부도 건수는 11년 만에 1만 건을 넘어섰다.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기업이나 근로자를 구하지 못한 중소 및 영세 기업이 속출한 결과다.이들 기업은 일본의 전반적인 디플레이션 탈출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전반적인 조달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금리 상승 등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일본은행 단칸 조사 등에서는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는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흐름이지만, 디플레이션 시대에 원가절감 경영이 고착한 기업의 구조 전환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령의 경영자가 사업 승계자를 구하지 못하고 투자도 부진해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 2025년에는 전후 베이비 붐 세대가 75세 이상(후기고령자)이 되는 문제에 직면하며, 기업 경영 후계자 문제나 인력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기업에 대한 매수 합병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러한 임금상승 압력을 수반한 기업의 도태나 기업의 매수 및 합병이라는 신진대사는 인력 부족 시대에 생산성이 높은 산업 및 경제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 필요한 측면도 있다. 좀비 기업의 퇴출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속도와 함께 이러한 신진대사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인지가 일본경제의 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본은행 지점장 회의에서 본 지방 및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추세이러한 일본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임금상승 추세가 강해지고 있어서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도 고조되고 있다. 작년 12월에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을 보류한 원인으로 우에다 총재는 2025년도의 임금인상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년도 춘투에 관해서는 이미 대기업의 적극적인 임금인상 자세가 나오고 있었으나 중소기업의 임금에 관해서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9일 개최된 일본은행 지점장 회의에서는 지방의 중견 및 중소기업에서도 춘투 임금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전체적으로 계속적인 임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폭넓은 업종과 규모의 기업에서 확산되고 있다’라고 하는 보고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1월 23~24일의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둔 1월 14일에는 히미노 료조(氷見野良) 부총재가 금리인상에 긍정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그는 1월의 금융정책회의가 ‘금리인상을 할 것인지가 토론의 초점’이라고 언급했으며, 2025년 춘투도 ‘강력한 임금인상이 될 것이 메인 시나리오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연설(1월 20일)을 보고 나서 확인하고 싶다’라고도 말했다. 일본은행으로서는 트럼프 취임 연설이나 그 후의 금융시장이 파란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번 금리인상을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20일의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불법 이민 억제, 화석연료 증산, 파리협정 탈퇴,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 등이 표명됐다. 반글로벌화 정책 방향이 제시됐으나 우려됐던 관세 인상 정책이 곧바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며, 1월 21일의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증시도 큰 파란은 없었다. 불법 이민자 억제책은 미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될 수 있으나 밀입국, 밀수를 알선하는 범죄 집단의 네트워크도 강해, 불법 이민이 어느 정도 지속돼 오히려 이들 범죄 집단의 이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서 미국 물가에 대한 영향에는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정책 쇼크의 향방에는 불확실성이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의 파란이라는 우려가 일단은 약해져서 일본은행으로서는 자국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1월 23~24일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본은행이 2%의 물가를 유도하면서 점차 금리를 인상하고, 금리가 있는 경제 상황으로 회복하려는 정책이 임금상승과 함께 실질임금의 안정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가 초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높은 임금인상률이 지속돼야 하는데, 2025년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해도 점점 임금인상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나올 수도 있다. 2% 물가를 훨씬 능가하는 임금인상률을 위한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정책으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생산성의 과감한 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의 신진대사를 수반한 강력한 유도정책이 필요하다는 측면도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1%대의 물가상승세 속에서 실질임금의 안정적인 상승을 모색하는 것이 일본경제의 현실상 무난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