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그널] 강남 '마지막 퍼즐' 서초 서리풀에 미니신도시
◆11.5 정부 부동산대책 들여다 보니서울 서초구 내곡동과 우면동 일부 지역 등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2만 가구급 미니 신도시가 생긴다.서울에서는 12년 만에 그린벨트가 해제되는 셈이다. 경기도 고양, 의왕, 의정부 일원 총 660만㎡(200만평) 그린벨트에도 신규 주택 3만여 가구가 들어선다.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대상지 발표를 두고 전문가들은 수도권 5만 가구 공급을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특히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등 수요자가 원하는 곳과 교통 인프라가 구축된 지역에 주택을 공급해 해당 지역이 크게 효과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다만 실제 공급속도가 얼마나 빠를지가 관건이다.◆서울 그린벨트 풀어 신규 택지 4곳에 5만 가구 공급 ... 2029년 첫 분양 목표국토교통부는 5일 직주근접이 가능한 서울 강남권과 서울 경계로부터 약 10㎞ 이내 지역 4곳을 신규 택지 후보지로 지정, 발표했다.△서울 서리풀(2만 가구·221만㎡·67만평) △고양대곡 역세권(9,400가구·199만㎡·60만평) △의왕 오전왕곡(1만 4,000가구·187만㎡·57만평) △의정부 용현(7,000가구·81만㎡·24만평) 4곳이다.이번에 선정된 용지는 전체 688만㎡(208만평)로 96%가 그린벨트다. 정부는 이들 후보지에 대해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대상 지역 중 유일한 서울이자 강남권인 서초 서리풀 지구는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 일대 221만㎡(67만평) 용지에 2만 가구를 지을 예정이다.서리풀지구의 가장 큰 특징은 철도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지구 주변에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자리한다.양재역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도 계획돼 있다.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향후 2만 가구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신분당선 추가역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청계산입구역과 판교역 사이에 추가로 역을 만들 계획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예 역세권을 위주로 고밀 개발할 계획이기도 하다.이곳은 경부고속도로(양재·선암IC)와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내곡IC),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다. 이같은 철도·교통망을 통해 강남과 판교 업무지구까지 20분 안팎에 도달 가능하다.직주근접이 뛰어난 입지인 셈이라 수요자 대부분의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양 대곡지구는 고양시 덕양구 내곡·대장·화정·토당·주교동 일대 그린벨트 199만㎡(60만평)를 풀어 9,400가구 규모로 만든다.이곳 역시 철도 요충지로 꼽힌다. 지하철 3호선과 내달 개통을 앞둔 GTX A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교외선 등 5개 노선이 지나는 대곡역과 가깝다.수도권제1순환도로, 강변북로(자유로), 서울문산고속도로 등 수도권 주간선 도로망도 인접해 있다. 대곡역에는 앞으로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한다. 역세권 중심으로 자족·업무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이다.의왕 오전왕곡지구는 의왕시 오전·왕곡동 일원 187만㎡(57만평) 용지에 1만 4,000가구를 짓는 사업이다.과천~봉담도시고속화도로, 경수대로(국도1호선)가 인접한 것이 특징이다. 2029년 개통 예정인 동탄~인덕원선의 의왕시청역이 0.7km 거리에 들어선다.국토부는 GTX C노선과 동탄~인덕원선 간 연계를 강화해 추가역 신설 등을 검토한다. 나아가 과천지식정보타운이 주변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곳에 의료·바이오 산업을 유치할 방침이다.의정부 신곡동·용현동 일원에 조성되는 의정부 용현지구(81만㎡·24만평)는 7,000가구 규모다.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오랜 기간 개발이 되지 못한 지역이다. 향후 법조타운 등 기존도심과 연계해 통합생활권을 만들 방침이다.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선과 GTX C노선 의정부역 등이 계획된 곳이기도 하다. 주변간선도로와 교통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 국토부 구상이다.◆해당지역 땅값 꾸준한 상승세... 교통 인프라, 일자리 배후 주거지 기능 주목이들 그린벨트 해제 대상지가 향후 일자리가 쏟아질 지역의 배후 주거지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서리풀지구 인근에는 양재 인공지능(AI)산업특구, 하림그룹의 양재동 복합개발사업 등이 진행 중이다. 경기 의왕도 인근에 군포산업단지와 공단이 있다.국토부는 이번에 발표한 5만 가구에 이어 내년 상반기 3만 가구용 수도권 신규 택지를 추가로 발표한다. 다만 내년에 발표하는 택지에는 서울지역과 그린벨트가 포함돼 있지 않다.정부 발표 당일인 5일 핵심지로 꼽힌 서초구 내곡동과 고양시 대곡동 일대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둘 다 정부가 수도권 신규 택지를 발표할 때마다 '단골 후보지'로 거론됐던 곳인 만큼 "예상했던 수순"이라는 주민 반응이 많았다.다만 개발 계획이 확정된 만큼 생활 편의성이 개선되고 지역 가치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은 숨기지 않았다. 물론 난개발이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교차했다.서초구 내곡동이나 고양시 대곡동 모두 낡은 주택과 비닐하우스가 가득한 곳이다.하지만 개발제한구역 해제 기대감 때문에 토지 가격만큼은 그동안 꾸준히 상승 추세였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공인중개업소들에 따르면 내곡동 토지 매매가격은 3.3㎡당 450만원, 원지동 일대는 300만원대다.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토지 소유자 대부분 은퇴한 노년층으로, 은퇴 후 농사와 투자 목적을 동시에 노리고 이곳의 땅을 매입해 왔다"며 "큰 면적으로 거래될 때 수십 억의 자금이 필요한만큼 손바뀜이 자주 있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고양시 대곡동의 경우에는 복합환승센터 효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다. 대곡역은 현재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있고, 연말부터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교외선(대곡역~의정부)도 정차한다.대곡역 근처 C공인중개업소는 "대곡역은 환승이 5개나 되고, 앞으로 고양선도 들어올 수 있다"며 "그동안 환승센터 계획만 있고 주거시설은 없어서 '반쪽자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제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라고 말했다.최근 대곡역 인근 농지값은 3.3㎡당 180~3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토지주보다 아파트 가격이 먼저 수혜 볼 가능성 ... 일부 난개발 우려도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토지 소유주보다는 인근 아파트 가격이 먼저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내곡동의 경우에는 서초포레스타 2·3·5·6·7단지와 서초더샵포레가, 대곡동은 대곡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화정역 일대 아파트들이 대표적이다.실제로 서초더샵포레 전용84㎡는 올해 2월 12억 9,000만원에 거래됐는데 9월에는 15억원까지 매매가격이 올랐다. 경기 화정역 별빛마을6단지 전용103㎡는 작년 12월에 7억 2,000만원이던 가격이 올해 8월에는 8억 1,250만원까지 상승한 상태다.인근 주민들은 "대규모 개발로 동네가 시끄러워지고 거주 환경이 악화될까봐 걱정이 앞선다"면서도 "생활 편의성은 상당 부분 좋아질 듯 하다"고 말했다.다만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는 2만 가구 중 55%(1만1000가구)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II(미리 내 집)라고 밝혔다.장기전세주택II는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에게 최장 20년 주거를 보장하는 임대주택이다.특히 입주 이후 자녀를 출산하는 가구의 경우 시세 대비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어 '미리 내 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둘째 출산 가구는 시세 대비 90%, 셋째 이상 출산 가구는 시세 대비 80%에 분양받을 수 있다.이같은 측면 때문에 시장에서 느끼는 실질적인 공급 효과가 작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대규모 임대주택촌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어 그 영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