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평의 일본경제]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한 일본경제와 엔화
◆소수 여당 시대와 함께 재정 확대 요구 강화지난 10월 말에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 공명당의 여당이 대패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도 과반수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어서 일본정치는 당분간 여당과 야당이 건별로 정책 협조를 통해 중요 정책을 결정해야 할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중요 법안이나 예산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여야 협조가 필요하게 된 셈이다. 야당 측으로서는 이시바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일본정치는 당분간 불안정성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 여당인데도 불구하고 자민당의 이시바씨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 것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크게 약진한 국민민주당이 소극적으로나마 여당에 협력했기 때문이다. 즉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국민민주당의 노선이 자민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셈이다.사실 여당과 국민민주당은 사전에 정책 협의를 심도 있게 추진해 왔으며, 자민당으로서도 국민민주당이 요구하는 민생대책을 채택해야 할 입장에 있다. 국민민주당은 ‘연봉 103만엔’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배우자로서의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남편 등의 소득을 합한 가계 전체로는 세금 부담이 늘어나 오히려 많이 일할수록 손해를 보게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우자 비과세 한도액을 178만엔으로 올리고 휘발유 관련 세금도 감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연봉 103만엔의 벽으로 인해 주부들이 아르바이트 등의 노동 시간을 늘리는 것을 꺼리게 되어 일본의 노동력 부족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도 해결하려는 것이다. 연봉 103만엔의 벽을 완화할 경우 노동력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다만 연봉 103만엔의 한도를 178만엔으로 올릴 경우 일본의 연간 세수가 7~8조엔 정도 감소할 것이라고 재무성은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민당과 국민민주당이 배우자 공제 혜택의 한도를 일정 수준 올리는 선에서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은 있다.이와 같이 일본정치가 소수 여당 체제에서 당분간 여야의 타협을 모색하게 되는 결과, 명목경제성장률의 회복으로 일부 개선 조짐도 보였던 일본의 재정적자 문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시바 내각이 추진하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500엔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정책에 관해서는 야당도 찬성하고 있으며, 일본기업도 노동력 부족 상황에서 임금인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2024년 춘투 임금인상률이 5.1%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한데 이어 2025년에도 4% 내외 수준의 임금인상률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재정 확대와 임금인상의 지속과 함께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후에 강달러 및 엔저 현상을 보임으로써 전반적으로 일본의 물가상승 압력은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이에 따라 신중하게 금리 인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수도 있다. ◆2기 트럼프 정권에 대비하는 일본트럼프 2기 정권에 대한 일본의 시각은 불확실성이 크지만 대체적으로 경계하는 측면이 강하다.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공언해 왔던 전 세계 각국에 대해 10~20%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중국에 60%, 멕시코산 수입 자동차에 100~200%의 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다.EU, 중국 등 세계 각국도 대미 관세율 인상 보복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 및 일본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다만 1기 트럼프 정권에서도 대중 관세를 45% 인상할 것을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20% 정도의 인상에 그친 바 있으며, 이번에도 관세 인상 폭이 낮아질 수는 있다.그러나 중국경제가 트럼프 정권 1기 때보다 성장 능력이 떨어지기에 부동산 및 관련 금융분야에 취약성이 있어서 중국경제가 위축되고, 이에 따라 세계경제에 영향을 주면서 일본경제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대미 수출이 제한된 중국기업이 일본 등 다른 국가로의 밀어내기 수출에 한층 주력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일본기업의 타격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향후 트럼프 정권의 관세율 인상 정책에 어떤 보복 조치를 단행할 것인지도 고민이다.'일본정부는 아무 보복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확신을 트럼프 정권이 갖게 될 경우 일본에게 과도한 요구를 계속할 부작용도 우려할 수 밖에 없다.일본정부로서는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보복관세나 각종 규제 조치 등을 단행할 수 있으나 소비자에게는 가격 인상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트럼프 2기 정부에서 추진하게 될 미국산 석유 및 가스 자원의 생산 확대 정책도 고려하면 일본정부가 미국으로부터의 자원 수입 확대에 나서면서 미국의 대일 수입 관세 인상 정책의 완화를 위한 교섭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한편 트럼프 2기 정부의 감세 정책은 미국경제를 부양해 이는 세계경제에도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가능성이 있다.일본 내에서는 대체적으로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부정적 효과가 감세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정권으로서도 미국경제의 성장세 급락은 피하려고 할 것이라 보는 견해도 많다. 트럼프 정권의 관세율 인상, 세계적 무역 보복전, 감세정책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의 고조도 우려되고 있다. 보호주의 강화로 세계경제의 효율성이 한층 떨어질 수 있으며, 각국의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물론 바이든 정권에서 발생한 석유 및 가스 가격 급등 압력이 완화될 경우 물가를 진정시킬 효과도 있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종식되고 러시아산 가스 등의 대유럽 수출이 다시 확대될 것인지는 불확실하지만 러시아발 지정학적 리스크의 완화로 각종 자원가격이 안정화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다만 트럼프 정권이 중동에 관해서는 이란에 대해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경제 입장에서도 중동발 석유 및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을 경계하고 있다.또한 트럼프 정권의 재생에너지, 전기차에 대한 보급 지원 정책의 후퇴가 미국의 각 지역경제 및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물가에도 상승 요인이 될 것인지 우려되는 부분이다.석유 및 가스의 소비량을 확대시키는 압력과 함께 대체 에너지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트럼프 2기 정권 기간 내에 에너지 자원 가격의 급등 압력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물론 전기차 보급 지원책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 등 전기차에 적극적인 지방 정부에 의한 보급 정책 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배터리 관련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도 보조금 등의 지원책 지속을 요구하고 있어서 2기 트럼프 정부의 전기차 관련 보조금 삭감 정책의 효과가 어느 정도에 달할 것인지 불확실한 측면은 있다. 대체적으로 2기 트럼프 정권의 각종 정책 및 그 효과에는 불확실성이 많은 상황이지만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미국 정책금리 인하 사이클의 조기 종료, 달러화 강세 압력이 일본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엔화의 향방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일본경제는 7~9월기 실질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률 0.9%, 명목GDP 성장률은 2.1%를 기록했다. 지난 1~3월기의 마이너스 성장에서 회복돼 4~6월기에 이어 2분기 연속으로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특히 개인소비지출의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대비 연률로 1.9%p에 달하는 등 호조를 보였다. 한편 해외수요, 순수출(수출-수입)은 –1.6%p에 그쳤으며, 내수 중심의 성장패턴을 보였다.일본경제는 임금 상승과 함께 실질임금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 소비지출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의 일본경제도 해외수요의 부진 속에서 소비와 설비투자의 확대가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 담당자 37명의 평균 전망치(일본경제연구센터, ESP Forecast, 2024.11.13)를 보면 일본경제는 내수주도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024년 4분기에 연률 1.41%, 2025년 1분기에 1.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2024 회계연도 연간 실질GDP는 내수기여도가 0.7%p, 순수출 기여도가 –0.3%p로 연간 성장률이 0.45%로 예상됐다. 그리고 2025 회계연도 실질GDP의 경우 내수기여도가 1.0%p, 순수출 기여도가 0%p로 연간 성장률이 1.04%로 예상됐다.일본 정치권의 여소야대 속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는 재정확대 정책은 일본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과 함께 소비 지출 확대에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러한 경제 상황에서 일본은행은 완만한 속도로 금리인상 정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2025년 말까지 2번 정도 금리를 인상해 단기정책금리를 현재의 0.25%에서 0.75% 수준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책 금리가 인하될 미국과의 금리차 축소로 인해 완만한 엔화 강세 기조가 예상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2기 트럼프 정권의 정책 불확실성과 무역 보복 조치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향방 등 불확실한 요소가 있고 미국발 물가 상승 압력이 재강화될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가 2025년 중에 중단될 가능성도 있으며 이에 따라 엔화가 예상보다 약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사실 지난 8, 9월에 1달러당 140엔대 추이였던 엔/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이 가까워진 10월 중순 이후 150엔대의 엔저 방향으로 전환, 그리고 트럼프 후보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11월 초순에는 1달러당 155엔의 엔저를 기록했다.물론 일본은행이 오는 12월이나 2025년 초에 금리를 재인상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어서 2024년 6, 7월과 같은 1달러당 160엔대의 극심한 엔저 현상으로 갈 정도로 엔저 투기가 과열된 상황은 아니지만 일본정부나 일본은행도 엔저의 진행을 견제하면서 시장개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에도 편차가 나오고 있다.미즈호증권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외환 담당 등은 ‘미국에서는 2025년 말에 걸쳐서 미 연준 이사들의 조망(점 도표: Dot Chart)대로 금리인하가 지속될 전망인 반면, 일본은행은 6개월에 한 번 정도의 금리 인상을 계속하고 트럼프 차기 대통령의 정책도 모두가 달러화 강세 요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グラス美亜, 裏切り続ける円、25年こそ反発とストラテジスト予想-金利差縮小, Bloomberg, 2024年11月18日).미즈호증권은 2025년 말까지 1달러당 130엔까지 엔고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노무라증권의 고토 유지로 외환 담당도 당분간은 달러화 강세 리스크가 있어도 2025년에는 엔고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일본정부의 엔저 견제 발언이나 외환시장 개입이 엔저 진행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반면 미쓰비시UFJ 모건 스텐리 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담당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일본의 실질금리가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기 때문에 엔고가 지속되기는 어렵고 2025년 말의 엔/달러 환율을 154엔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의 외환 전문가 사이에서도 향후 엔화 환율에 관해서는 의견이 나누어지는 상황이며, 2024년 말에서 2025년에도 엔화는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